〔1999년〕화가 이정연②‥옻, 표현적 붓질운영의 신체성
Rhee Jeong Yoen‥삼베나 흙, 천연재료들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 Encounter,194×291㎝, Korea Lacquer Painting with Nature Materials on Hemp Cloth,1999] In terms of technique, Rhee applies lacquer on hemp cloth to produce shapes: dots, lines, bones, bamboo, stones and clouds. She uses natural materials such as soil, charcoal, stone, and bone powders which are placed on the surface and then stained. Sometimes pieces of wood and traces of oyster shells can be seen, which give a thicker dimension to her canvases.
작가는 삼베 바탕에 옻칠기법을 이용해 선과 점, 뼈나 대나무, 돌과 구름 같은 형상을 얼핏 만들어 보인다. 특히 흙, 숯가루, 돌가루, 뼛가루 등 주로 이 땅에서 구할 수 있는 천연재료가 그 위에 얹혀지고 얼룩져있다. 때로 오브제(나무와 자개)가 부착되어 화면에 부조화되어 돌올하게 떠있다. 이전의 평면작업에서 나아가 입체적이고 물질적인 측면이 부각되는 경우가 근작에 두드러지게 검출된다.
In fact, her recent works tend to have more of these bits and pieces of nature, highlighting the fact that she is not constrained by fixed boundaries, that she moves freely between the two and three-dimensions. The three-dimensionality of her work allows her to more effectively give shape to the divine, to express the vital energy of spiritual life. The tiny bits of wood and oyster shells are raw materials that reveal the intrinsic power of nature. They are in complete harmony with the hemp cloth, soil and other natural materials.
사실 이정연 작가는 평면과 입체의 구분 없이 그 경계를 지워나가면서 활달한 작업세계를 선보여 왔다. 어쩌면 작가가 의도하고자 하는 기운생동이나 모종의 에너지, 영성적이고 활력적인 에너지를 가시화하기 위해서는 그 같은 입체화가 보다 효과적일 수 도 있을 것이다. 작은 나무둥치나 자개 역시 자연적인 재료들이다. 그것은 자연의 시간과 공간, 그 내적인 에너지를 응축하고 있는 물질들이고 이는 삼베나 흙, 천연재료들과 조화롭게 어우러져있다.
[▲ 194×260㎝] While living in the city of Wonju, Rhee happened to meet an artist who worked with lacquer, making her think deeper about its uses and applications. Rhee came to believe that lacquer art has a special and very close connection to Korean culture and Korean people. Wonju is a city well known for the quality of its lacquerware. In Korea lacquer is extensively used, applied to furniture, dishes and even coffins.
원주에서 살다가 우연히 그곳에서 옻을 다루는 작가를 만나고 그로인해 옻칠에 대한 아이디어와 응용을 떠올린 작가는 그 옻이 한국인과 한국문화와 매우 긴밀한 연관을 지니 재료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원주에서 생산되는 옻의 우수성은 익히 알려져 있다. 한국인의 삶 속에서 옻칠은 일상적인 가구나 기물, 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고 보편적으로 활용되기에 어리 시절부터 우리 눈에 익었고 그래서 친근할 것이다.
[▲ 162×112㎝] Its color is said to be friendly, the color of nature; it is durable and solid, very different from the color and texture of other surface coatings. Because of its unique properties, it does not run, dry, or mix well with other chemical materials. But once applied, it feels natural and gives off a deep, superior color. Rhee focuses on the properties of lacquer in her work, but not in a traditional way; it is a medium through which she creates new forms. Instead of applying the lacquer by spreading it neatly and delicately onto the cloth, Rhee manipulates it aggressively.
우리의 자연과 유난히 친숙한 색감이며 오랫동안 보존성이 뛰어나고 견고한 이 옻은 무엇보다도 기존의 물감이나 다른 안료와는 색과 질감에 있어 무척 다른 재료, 안료다. 재료의 특성상 잘 번지거나 마르지 않고 다른 화학재료와는 쉽게 섞이지 않는 고집스러운 요소가 있지만 막상 칠해지고 올려지면 그 색의 깊은 맛과 자연스러운 느낌은 다른 것들과 비교되기 어렵다. 작가는 그런 옻에 주목하고 이를 적극 작업에 구현해왔다. 그렇지만 그 옻칠은 전통적인 방식에 따른 것은 아니다. 작가는 다만 옻을 자기 작업의 주된 재료로 다루면서 새롭게 다루고 있다. 옻을 곱게 펴서 단호하게 칠하기 보다는, 그러니까 표면을 깔끔하게 도포하는 방식이 아니라 표현적인 붓질(몸짓)의 운영 아래 다루고 있다.
[▲ 194×260㎝] She dips her fingers and palms into the lacquer and applies it directly onto the hemp cloth. Her paintings are accomplished via direct bodily contact with the materials rather than using a brush as intermediary. Rhee values the process of painting with her body, a process influenced by her training in yoga, Zen meditation, prayer and hypogastric breathing. She sees her own body as the most important intermediary between the real and spiritual worlds.
옻을 손가락이나 손바닥에 직접 묻혀 직접 손으로 문질러가면서 삼베가 바탕 재료로 되어 있는 캔버스 위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간접적인 표현의 붓질이 아니라 신체의 직접적인 대면과 재료와 바탕 공간, 그리고 작가의 몸이 상호 직접적인 접촉에 의해 이루어지는 그림이다. 이정연 작가는 그렇게 자신의 온 몸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중요시하고 있다. 이는 아마도 오래전부터 단전과 선, 요가와 명상, 기도 등으로 단련된 신체적 수행이 작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며 아울러 현실계와 정신계의 가교 역할을 자기 신체성을 매개로 해온 그 간의 개인적인 경험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글=박영택/미술평론가(Park Young-Taik/Art Critic)
## 이코노믹 리뷰 / Life&People / 문화 / 권동철 (미술 컬럼니스트) / 03.10.2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