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화가 이정연①‥자연본성을 드러내고 닮고 떠오르게 하다
Rhee Jeong Yoen‥‘만남의 풍경(Landscape of Encounters)’시리즈
[▲ Encounter, 130×162㎝ Korea Lacquer Painting with Nature Materials on Hemp Cloth,1999] Jeongyoen Rhee’s work is about the process of giving shape to the meaning of life, the meaning that she herself earnestly desires. Her spiritual experiences, religious awakenings, and chance encounters with nature and the universe all make their way into Rhee’s paintings; all represent encounters that give meaning to her life and ones which she fervently embraces. These works of art are achieved by combining unique materials with images that comprise a unique visual lexicon.
이정연의 그림 역시 자신이 열망하는 생의 의미들을 그림으로 형상화하는 작업에 해당한다는 생각이다. 자신의 정신적인 체험과 종교적인 깨달음 그리고 우주자연과의 우연적인 만남, 그 만남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안고 살아가고자 하는 자기 생의 의미가 결국 그림으로 몸을 내민다. 그리고 그것은 독특한 재료와 작가만의 언어적 구실을 하는 몇 가지 도상의 결합 아래 이루어진다.
Through her paintings, she presents an overview of the life she is pursuing. They are at the same time philosophical treatises on human nature and metaphors for her deep sense of moral values. In short, her paintings are spiritual landscapes of a sort that have a long tradition in East Asia. Mark Rothko and Jackson Pollock are examples of Western abstract painters who worked in a similar fashion; however, Rhee’s paintings are firmly rooted in the Asian tradition.
이정연 작가는 그 그림그리기를 통해 지속해서 자신의 추구하는 삶의 어떤 측면을 부감시킨다. 인생론적이고 인성적인 동시에 확고한 가치관의 메시지를 은유화 하는 그리기에 해당한다. 그러니까 그림에 등장하는 도상들은 일종의 정신적인 풍경화인 셈이다. 정신적인 풍경화라면 동북아시아의 전통적인 산수화 역시 그런 맥락에 위치해있던 그림이다. 마크 로스코나 잭슨 폴록 같은 서구추상회화 역시 그런 예에 속하겠지만 이정연의 그림은 전통적인 동양화에 그 연원을 두고 있어 보인다.
[▲ 91×73㎝] Rhee uses materials that conjure images of the earth or nature while also having a close affinity to traditional landscapes or iconic images of plums, orchids, chrysanthemums and bamboo. Furthermore, she combines these images and positions them on the canvas with big empty spaces and calligraphic brushstrokes, creating an atmosphere that is reminiscent of monochromatic ink paintings.
무엇보다도 흙이나 자연을 연상시키는 재료나 산수화나 사군자에 등장하는 도상과의 유사성, 그리고 그것들의 반복적인 결합과 배치, 마치 바둑판에 돌을 올려놓듯이, 종이 위에 필획을 긋듯이 그려나가는 방법론, 두드러진 여백, 서체적인 그리기, 단색조의 색감과 수묵을 연상시키는 분위기 등등 그런 예는 무수히 많은 편이다.
[▲ 194×291㎝] Such legacies of the Asian tradition abound in her work. And yet at the same time she stops just at the point when the true essence of nature is about to be literally exposed. Her paintings become spheres in which surfaces resemble the earth, in which nature is expropriated and where our bodies become one with the cosmos. In this expansive space we call the universe, whether it be bamboo or musical instruments, clouds or rainwater, mountains or stones, skeletal remains or the earth’s soil, all are adrift, resting momentarily then disappearing; it is this repetitive existence that Rhee’s work reveals to us.
동시에 작가의 그림은 그림 자체가 아예 자연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닮고 떠오르게 하는 과정에서 멈춰있다. 땅을 닮고자 하는 표면, 자연을 수용하는 그림, 자연계와 내 몸이 일체가 되는 그런 경지가 이 작가의 그림이 되고 있다. 그 우주자연이란 광활한 공간에 대나무나 악기, 구름이나 빗물, 산이나 돌, 뼈와 흙이 되어 떠돌아다니고 잠시 쉬다가 사라져버리기를 반복하는 형국을 보여준다.
△글=박영택/미술평론가(Park Young-Taik/Art Critic)
## 이코노믹 리뷰 / Life&People / 문화 / 권동철 (미술 컬럼니스트) / 03.10.2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