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1999년〕화가 이정연④‥내 의식바탕은 동양적 思考
Rhee Jeong Yoen‥옻칠작업도 동양화의 연장이라 여겨
[▲ ENCOUNTER, 162.5×130㎝ Korean Lacquer Painting with Nature Materials on Hemp Cloth, 1999(each)]
△작가와의 대담=오세권 미술평론가
오: 선생님은 동양화와 서양화를 동시에 체험하시고 또 그 체험을 바탕으로 하여 자신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추구하려 합니다. 사실 국내 작가 가운데 몇 안 되는 동·서양화의 동시적 체험가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가 일반적인이론으로만 동·서양화를 구별해 왔습니다만 여기서 이정연(Rhee Jeong Yoen)작가께서 체험하신 동·서양화의 차이점과 서양화로 전환하시게 된 까닭에 대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이: 동·서양화를 모두 평면의 표현으로 보는 오늘날에 있어 그러한 구분은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제 스스로가 동·서양화의 구분 없이 재료를 사용하여 왔으며 그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이기에 명확한 구분은 매우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꼭 구분을 해보라면 제 체험을 바탕으로 하겠는데 여기에 다른 의견도 있을 수 있겠지요.
[▲ (좌)75.5×56㎝, 1988 (우)76×57㎝, 1999]
동양화는 사물과 나를 동일시하는 하나로 보았으며, 사물을 통하여 자신을 성찰하게 하여 깨닫게 합니다. 거기에 비하여 서양화는 나와 사물을 분리하여 보았으며, 사물을 고정시켜 여러 각도로 분석하고 연구하는 자세로 임하게 합니다. 재료 상으로 보면 동양화는 특성상 한번 흉중에 떠오른 상을 일필휘지하여 그리는데 지우거나 덧칠하는 것을 금합니다.
[▲ 73×91㎝, 1998]
그리고 ‘문기’와 ‘격’ ‘기운생동’ 등을 중요시 합니다. 거기에 비하여 서양화는 그린 후 지우고 칠하기를 여러 번 반복하여 어떤 격식이나 제한이 없이 마음껏 칠하고 그릴 수 있는 폭이 넓은 것이 동양화와 서양화의 다른 점으로 체험하였습니다. 그러나 요즘에 와서 동양화의 표현도 서양화와 같으니 이러한 구분도 모호하지요.
[▲ 71×101㎝, 1999]
제가 서양화를 하게 된 것은 미국에 건너가 당시 동양화를 계속적으로 할 수 있는 주변적 여건이 되지 않았습니다. 가령 동양화 재료조차도 구하기 힘든 상황이었으니까요. 환경에 적극 적으로 대처하다보니 서양화로 전환하게 된 것입니다. 또 서양화를 하다 보니 내가 원하는 색을 자유롭게 표현해 볼 수 있고, 붓도 자유롭게 휘둘러 볼 수 있었습니다.
[▲ 24×33㎝, 1988]
그렇게 서양화를 통하여 한참 자유롭게 작품을 제작하다보니 다시 동양적인 표현인 먹이 그리워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제가 깨닫는 것은 비록 재료는 서양의 것을 사용하였다하더라도 제 의식의 바탕에는 동양적인 사고가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되며, 근래의 칠 작업도 바탕재료가 화선지가 아니라는 것이지 동양화의 연장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코노믹 리뷰 / Life&People / 문화 / 권동철 (미술 컬럼니스트) / 03.04.2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