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1999년〕화가 이정연③‥대나무, 인간형상의 상징화
Rhee Jeong Yoen‥여백은 영혼의 휴식과 힘을 얻는 여유로움
[▲ ENCOUNTER, 56×75.5㎝ Korean Lacquer Painting with Nature Materials on Hemp Cloth, 1998] △작가와의 대담=오세권 미술평론가
오: 이정연 작가의 작품 속에는 기호와 같은 이미지의 여러 가지 형상들을 볼 수 있는데 이 형상들은 어떠한 이미지들인가요?
이: 저의 작품에 나타나고 있는 이미지의 형상들은 대나무를 인간의 형상으로 상징화시켜 만든 이미지와 악기 등을 추상적으로 나타낸 이미지들입니다. 저는 동양화를 그릴 때 대나무를 많이 그렸지요. 대나무는 가운데가 텅 비어있으면서도 꺾이지 않고 꼿꼿이 연결되어 있는 것이 좋았지요.
[▲ 56×75.5㎝, 1988] 인간도 대나무의 몸과 같이 텅 빈 마음을 서로 연결시키면서 하나의 나무를 완성시키듯이 그렇게 조화롭게 사는 것이 세상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텅 빈 대나무의 몸체에 인간의 형상을 상징화시켰고 악기 등을 이미지화하여 조화롭게 구성하였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이미지를 구체화시킨 것이 아니기에 형상들을 이해하기 힘들 것입니다.
[▲ 71×101㎝, 1998] 오: 대개의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세계에 ‘한국미’가 배여 있는 것을 강조하비다만 그렇다면 이정연(Rhee Jeong Yoen)선생께서는 자신의 작품에서 어떻게 ‘한국성’이 발현되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작가가 한국 사람이라면 작품표현에 있어 저절로 한국적인 표현이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곧 가장 개성적인 작품의 표현이라면 그 속에는 저절로 한국적인 표현의 특성이 나타나겠지요. 지금 저도 버터나 빵을 먹고 있지만 저의 피 속에는 한국인이 피 가 흐르고 있습니다.
제가 아무리 변해보려고 해도 피는 속일 수 없지요. 그러므로 현재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한국적인 삶이고 이러한 삶 속에서 작품을 하다보면 저절로 한국미가 발현된다고 봅니다.
[▲ 71×101㎝, Korean Lacquer Painting with Nature Materials on Hemp Cloth, 1998] 그러한 것을 전제하고 저의 작품 속에 나타나는 ‘한국미’를 꼬집어서 말하라고 한다면 아마도 동양적 특징을 찾아내어야겠지요. 그렇다면 작품 속에 ‘기운생동’을 추구하는 점과 여백을 중요시 하는 점, 크게 두 가지의 특징으로 말씀 드리고 싶군요.
기운생동에서는 우리의 주변 생활에서 느껴지는 만남의 의미를 생명력과 사랑 그리고 이웃들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체온의 이미지를 기운생동으로 나타내고자 하였습니다. 여백의 부분은 자연과 인간이 여유롭게 어울리고 인간의 사랑을 서로 주고받으며 자신의 잊어져가는 소중한 영혼의 휴식과 힘을 얻을 수 있는 여유로움의 이미지를 여백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 이코노믹 리뷰 / Life&People / 문화 / 권동철 (미술 컬럼니스트) / 03.04.2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