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1994년〕화가 이정연②‥무의식의 질량과 하나의 환상
Rhee Jeong Yoen‥불확실성의 질서 속 도상들
[▲ 만남, 70×99㎝ 장지에 혼합재료, 1996] 이정연의 80년대 붓질에서 먹과 색채의 물량적인 의지가 언뜻 유화적((油畵的)인 체질을 느끼게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어딘가 먹이 갖는 독특한 제스츄어가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먹과 화선지는 상보성(相補性)의 관계에 있으며 이 상보성 때문에 여전히 화선지나 먹은 그가 비록 현대회화의 문맥 속에 깊이 침잠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불쑥불쑥 얼굴을 드러내고야 마는 그래서 결과적으로 무의식의 힘으로 그의 90년대의 작품에 간여하고 있는 것이다.
It is true Jeong Yeon Rhee’s amount of Indian ink and the color’s intentions in her brush strokes in the eighty’s give a similar image of an oil painting, but it probably is hard to deny that it has the special gesture that only the Indian ink Chinese drawing paper are in a complementary relationship, and because of this complementary, no matter how deeply she is involved in the modern age art, the Chinese drawing paper and the Indian ink are still unconsciously being used, which, in result, is concerned in her ninety’s products unintentionally.
80년 말과 90년대 초는 화가 이정연 작가의 미국체류시대이다. 이 시기에도 그는 화선지, 한지, 장지, 광목(천)과 같은 전통적인 재료를 버리지 않고 도리어 이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며 탐욕적으로 공간정복(메꾸기)의 실험적인 매체로 활용하고 있다. 붓질은 더욱 거칠어지고 우발적이며 충동적인 질량의 힘은 먹보다도 더 한층 도발적인 색상으로 나타나며 간간히 십자가, 회오리, 물고기, 눈, 삼각형, 사각형 등 도상(Icon)들이 무질서하게 배열되거나 부유물처럼 떠다니고 있다.
During late eighty’s and early ninety’s, Rhee, Jeong Yoen live in America. During this time, she did not throw away her original material, such as Chinese drawing paper, Korean drawing paper and cotton. Instead she used materials actively to paint empty space, and she also use these as experimental materials. Her way of handling painting brush is getting tougher and accidentally. An impulse of mass’s power is getting more provocative color, sometimes cross, twister, fish, eye, triangle, square etc.
[▲ 바람, 97.5×194㎝ 장지, 먹, 수간채색, 1994] 이정연 작가의 작품에서 이들 모든 도상의의미를 어떻게 읽어가야 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이들 도상의 등장이 실은 공간을 정복해가는 질량의 탐욕적인 세력과 함께 나타난다는 점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우주창조의 신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빛이 있고 말씀이 있기 전에 혼돈이 있었다고 했을 때, 혼돈은 질량의 출현이고 빛과 말씀은 질서(Logos)로 나타나다. 물론 이정연의 작품에는 질서는 없다. 그러나 그의 도상들은 충분히 도상들로부터 나타나는 로고스의 어떤 진화물로 보인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그러니까 이정연의 무의식의 질량들은 불합리하게 그리고 우연한 충동에 의해 전개되었다가 사라지는 하나의 환상처럼 보인다.
It probably is related with the myth of creation of heaven and earth. Before there was light and the word of God, when there was chaos, chaos is in the appearance of mass and the light and the words of God are represented by the order(Logos). Of course, there is no order in Rhee Jeong Yoen’s art work. But the fact that her ancestors are like the matters from Logos, which came from the chaos is not to be underestimated. But her drama of mass does not show anything like an order or periodical process that some of the modern age artist might call romantic. In other word, Rhee’s unconscious masses are advanced by coincidental impulse and also irrationally, and it seems to disappear like a fantasy.
그의 90년대 작품에서는 질량이라는 표현 대신에 조형이라는 표현으로 바꾸어야하며 실제로 ‘만남’과 ‘무제’라고 명명되는 이 시리즈는 연제동물(Biomorphic)처럼 흐느적거리는 붓질로 화면이 구성되며 비록 불확실성의 분위기는 있지만 화면은 그 나름의 질서가 있다. 기도, 믿음, 구원, 생명의 자욱과 같은 제목들은 그의 80년대의 산수, 형(形), 도시와 같은 명제보다는 훨씬 더 그가 자아(Ego)에 가까이 있음을 보여준다.
For her ninety’s art works, the expression ‘mass’ should be changed to ‘molding’, and the series call ‘ManNam(the confrontation)’ and ‘MuJae(Untitled)’ is formed by sluggish brush stroke. And although it dose have the atmosphere of uncertainty, the canvas has the order of its own. Calling it ‘defining the order of mass’instead of ‘filling in the space’ will probably be right. The titles like ‘the Prayer’, ‘the Faith’, ‘Rescue’,and ‘the Mark of Life’ are more close to her ego then the names like ‘the Nature’, ‘the Form’, and ‘Citify’ from the eighty’s.
△글=박용숙(미술평론가, 동덕여대교수)/Park Yong Sook(Professor of Dong-Duk University & Art Critic)
## 이코노믹 리뷰 / Life&People / 문화 / 권동철 (미술 컬럼니스트) / 02.08.2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