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ENTERTAINMENT TRAVEL&CULTURE
화가 이정연‥낙원의 동산 일월의 기운생동
권동철 미술전문위원
승인 2024.05.02 19:49
Re-Genesis(신창세기), 131×162㎝, Natural materials on wood with lacquer finish, 2023.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1)”
흘러가는 물이 밤하늘 달빛과 나부끼다 낙하하는 나뭇잎을 품는다. 저 허공을 가로지르는 새 무리들을 껴안은 여백공간은 기독교세계관이 응축된, 삼라만상이 현묘(玄妙)와 허(虛)로서 관련되는 기운생동의 세계관을 내놓는다.
성령의 암시인가. 자개의 발색이 은하처럼 반짝인다. 선물처럼 뿌려지는 실비가 풍요의 에너지로 영혼을 적시는 이곳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땅이다. 단말마(斷末摩)의 수난을 겪은 예수의 십자가보혈, 어떤 숫자와 기호, 참회의 기도문 같은 문장과 색채가 화면 곳곳 개별성과 또 가교로서 어우러진다.
Re-Genesis, 130×91㎝, 2022.
칠보기법(七寶技法)을 응용한 오묘하고 모호한 조형성의 부각은 성스러움을 극대화하고 컨템퍼러리(contemporary) 미감으로 끌어당긴다. “봄날 아침도 아니고 여름, 가을, 겨울, 그런 날 아침도 아닌 아침에 빠알간 꽃이 피어났네. 햇빛이 푸른데, 그 전날 밤에 그 전날 밤에 모든 것이 마련되었네. 사랑은 뱀과 함께 독은 어린 꽃과 함께.2)”
(왼쪽)Re-Genesis(신창세기), 130×91㎝, Natural materials on wood with lacquer finish, 2021. (오른쪽)130×100㎝, 2023.
◇정결의 영혼 창조물로의 회귀
원(圓)과 둘레의 형상은 그림의 요소이다. 텅 빈 대나무 통에서 빌린 영감, 일월(日月)의 묘사는 낙원의 이상향을 내비친다. 캔버스가 아닌 나무바탕이 껴안고 있는 근원은 하나님의 관계하심과 구원의 복음으로 통한다. 애초의 창조물 그곳으로의 순수한 회귀(回歸)가 의미되어 있는 것이다.
작가는 이전작업에서의 삼베, 옻 진액, 숯, 황토, 뼈와 조개가루, 화산재 등을 쓰지 않고 몇 년 전부터 우드(wood) 위에 자개와 페인팅의 방법론으로 전환했다. 단출한 물성의 응축은 강한 인력(引力)을 발휘한다.
이는 디지털코드의 성향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정연 작가가 “손맛을 줄이는 대신 디자인적인 것의 흡수”라고 말하듯, 삼성디자인교육원(SADI,사디)교수로 그러한 학풍에서 정년을 했다는 점을 도외시할 수 없다. 기독교적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신앙심과 독창적인 해석의 융합은 자연스러운 작업여정으로 보아진다.
Re-Genesis, 160×140㎝, 2023.
하여, 땅과 인간의 질서회복을 전언(傳言)하는 작품저변엔 신성의 거룩한 현존(現存) 그 일깨움이 내재해 있다. 성령의 단비에 씻기어 새로움으로 거듭 태어나는 정결의 영혼과 하나님의 은총! 이것이 이정연(李貞演,Rhee Jeong Yoen) ‘신창세기(Re Genesis)’작품세계가 전하는 궁극의 구세주론이다.
“명절 끝날 곧 큰 날에 예수께서 서서 외쳐 가라사대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 나를 믿는 자는 성경에 이름과 같이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리라 하시니.3)”
[참고문헌]
**1)**성경-창세기 1장1절.
**2)**태초의 아침, 윤동주 시집-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자화상.
**3)**요한복음 7장 37~38절.
#캡션
1=이정연 작가=Re-Genesis(신창세기), 131×162㎝, Natural materials on wood with lacquer finish, 2023.
2=Re-Genesis, 130×91㎝, 2022.
3=(왼쪽)Re-Genesis(신창세기), 130×91㎝, Natural materials on wood with lacquer finish, 2021. (오른쪽)130×100㎝, 2023.
4=Re-Genesis, 160×140㎝, 2023.
권동철 미술전문위원,미술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인사이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