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창세기(Re-Genesis), 50×50㎝ 우드(wood) 위 옻칠자개, 2019
화가 이정연 ‘대나무(竹)’는 나팔모양처럼 메시지를 전하는 도구다. ‘나’와 타인, 안과 바깥, ‘나’와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이자 관계의 성립, 만남의 상징적인 메시지 역할을 한다. 이 소통의 수단을 통해 화백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생명체를 그린다.
상징적인 언어인 대롱 또는 나팔모양으로 변주되는 대나무는 ‘사통팔달’이라는 고어가 시사하듯 ‘두루 통하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 통(桶)은 누군가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은밀한 웜홀(wormhole)이다. 모든 메시지를 블랙홀(black hole)처럼 받아들이고 새로운 우주가 되어 팽창하는 화이트홀(white hole)로 탄생한다.
다양한 각도로 뻗은 다양한 모양의 나팔들은 다채로운 해석의 관점이며 소통의 방식을 함의한다. 미지와 조우하는 통로로서의 관(管)은 시·공간의 차원을 뛰어넘는, 초월적 세계와 만나도록 길을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악기가 울림을 내기 위해 속이 비어야 하듯 자신을 내려놓고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대나무 안엔 온기가 내재돼있다. 원(圓)은 소통과 화합을 이어주는 통로의 연결고리다. 동·서양의 정신을 하나로 조화시켜 화면에 담아냈다.”
▲ 50×50㎝
◇총150여점, 국내애호가 관람기회
이번전시는 △1970년도부터 미대졸업전, 사군자병풍, 75~76년 두 번 연속 국전(國展) 입선 작품 △미국유학체류시절(84~93)의 판화와 서양화작업 △귀국 후 ‘바람’시리즈(93~94), △‘만남’시리즈(96~99) △신창세기(Re-Genesis)시리즈(2000~2019) 등 총150여점을 서울예술의전당한가람미술관 1~2층 전관에서 100~300호 이상 대작(大作) 중심의 유화, 판화, 장지에 먹을 운용한 추상화와 옻 작업, 삼베에 옻칠한 건칠기법, 칠화자개화 등 다양한 재료의 작품 등을 총망라하고 있다.
“40여년 그림을 그려오면서 젊은 날 타국에서 정신적으로 많은 고뇌와 방황을 극복하며 영적체험을 통해 만난 절대자에게 바치는 고백 또한 귀국하여 새롭게 변화하는 현실 속에 부딪치며 그려왔던 작품들을 한 곳에 모아 펼쳐보려 한다.
그동안 오랫동안 해외전시로 국내에서 보여줄 기회가 없었던 작품들까지 보여줄 기회를 만들고자 했다. 작가로서 이 전시를 통해 앞으로 새로운 창조를 향한 귀중하고 뜻깊은 발돋움의 장이 될 것을 믿는다.”라며 ‘이정연 회화40년’전 의미를 부여했다.
▲ 이정연 화백 <사진:권동철>
이정연 작가(ARTIST RHEE JEONG YOEN)는 서울대학교 동양학과 졸업 및 동대학원 수료했다. 미국뉴욕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대학원을 졸업하고 콜롬비아대(Columbia University)박사과정 수료했다. 디자인명문 삼성디자인학교 SADI(사디,Samsung Art & Design Institute)에서 부학장으로 재직, 2017년 정년퇴임했다.
박영덕화랑, 동산방화랑, 성곡미술관, 고바야시 화랑(일본긴자)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작품소장처로 유엔본부, 네덜란드왕실,이탈리아동양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미술은행,서울시립미술관,금호미술관 등이다.
재료와 기법에서 실험적이고도 도전적인 화가 이정연 화백은 지난 2014년 한국작가최초로 도쿄 우에노(上野)소재, 모리미술관(森美術館)전관 전시에 폭발적인 호평을 받았고 연이어 이탈리아 ‘팔라조 타글리아페로 뮤지엄(Palazzo Tagliaferro Museum, Andora)’, 롱아일랜드대학(Long Island University)미술관 ‘슈타인버그 뮤지엄 오브 아트(STEINBERG MUSEUM OF ART AT HILLWOOD)’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현재 뉴욕소호에 위치한 ‘Mizuma, Kips & Wada Art’갤러리 전속작가로 활동 중이다.
한편 만추의 햇살이 미묘한 여운으로 젖어드는 서울예술의전당 조용한 카페서 인터뷰 한 이정연 화백에게 화업 40년(Art of Jeong-Yoen Rhee, 40year-Hangaram Art Museum at Seoul Arts Center Exhibition Room 1~2, – 27-Dec. 4)감회를 청했다.
“언젠가 한번은 그동안 그린 것을 총정리해보면 미래의 새로운 작품을 설계하는데 큰 에너지가 전기(轉機)가 될 것이라는 소망이 있었다. 앞으로 수묵드로잉을 자유롭게 펼쳐보고 싶다.”
## 이코노믹 리뷰 / Life & People / 권동철 (미술 컬럼니스트) / 11.21.2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