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어둠, 적막과 거룩함의 떨림!
“그녀의 작품은 세상속의 아픔과 진통을 이해하며 그녀 속에서 직접 체험한 것을 보여주고, 지각 있는 인간으로서 믿음 속에 나타나는 즐거움을 통해 이겨나가는 것을 보여준다. 긴장과 투쟁은 작품을 힘 있게 만들어 준다. 우리는 그녀의 캔버스에서 빛과 어둠의 대결 그리고 혼란을 질서로 이끌려는 싸움, 단순한 시각이 보여줄 수 없는 것들을 느낄 수 있다.”<져스틴 쇼어 박사/콜럼비아대 미술교육대학원 교수(Dr. Justin Schorr/Columbia University, Teachers College Professor of Art and Education)>
지금 돌아보면 아지랑이처럼 가물거리지만 그런 때도 있었지. 축축한 새벽 강 모래밭을 걸으며 잔잔히 흘러가는 물위에 반짝이는 별무리들이 보석처럼 마음에 하나 둘 박혔던 시절. 그 별들이 온전한 사랑으로 가득 차 안겨올 때 저기 과도한 애증의 어두운 언사처럼 물안개 밀려와 슬픔의 시절로 나를 포박했었네. 그때 내가 바라볼 수 있었던 건 오직 하나였지.
열망으로 가득 찬 심중에서 우르르 여명 하늘로 뿔뿔이 흩어진 오오 수천수만 빛나던 색채여. 햇살이 수면위에 부서지고 눈을 뜰 수 없는 오색 영롱 반짝임이 나의 볼에 내려앉을 때도 가혹한 슬픔의 눈물은 멈추질 않았네.
그런데 어느 날이었지. 날이 밝아 오는 그때 강물은 비로소 울컥울컥 소리를 내며 흘러가더이다. 강도 굴곡진 바닥이 있고 휘어져 가는 물줄기가 망각세월과 이별하는 무거운 뒷모습으로 저 멀리 사라질 때까지 말없이 그 뒤를 따라가던, 가녀린 물방울들.
강 언덕 둥지서 새털 하나가 바람에 흔들리며 허공서 멈췄다 커다랗게 회오리치며 사라졌다. 어디로 가는가. 가벼운 마음의 흔적, 깃털이여. 곧이어 또 한 마리가 아득하게 날아간다. 저 새도 신이 빚은 생명이라며 잠시 멈춰 바라본다. 독백을 들었을까. 엄동 찬바람에 날개깃 하나를 허공에 던진 채 수직으로 창공을 가르며 솟아오르는 새여라. ‘슬픈 영혼을 온 몸으로 껴안을 수 있을 때 비로소 너는 날개를 가질 것이다!’
누군가 나직하게 속삭일 때 먼 종소리가 아늑한 품처럼 들려왔다. 이윽고 나는 커다란 두 눈을 껌벅이며 터벅이네. 칼날 같은 강바람이 내 목을 휘감고 숨을 쉬면 허연 김이 눈앞을 가리는데 원망할 것인가, 나여. 밤은 깊어가고 별똥별들이 유랑의 시간을 불태우며 추락하는 것이 보였다. 초콜릿보다 더 달콤했던 너의 냄새를 잊지 않으리라는 애수에 젖은 목소리가 가물가물 들려왔다.
그때 상처투성이 껍질의 나무행렬이 말없이 나를 향해 자상하게도 팔을 뻗어주었다. 풀썩 주저앉아 등걸에 기댄 채, 한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을 모두 바치는 깊은 삶의 아름다움에 안겼다. 위안과 격려 그리고 숭고한 숨결의 이야기가 자장가처럼….
“낮은 山도 깊어진다. 비안개에 젖어 무수히 피어나는 속잎, 연하디 연한 저 빛깔 사이에 섞이려면 인간의 말의 인간을 버리고 지난겨울 인간의 무엇을 받아들이지 않아야 했을까?”<신대철 詩, ‘잎, 잎’, 문학과 지성사>
모든 것을 품는 영원함
아침햇살은 설렘이다. 한 마리 새처럼 날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날개를 펼 수 없는 영혼의 빈터에 몸을 얹어 마음껏 여행하노니, 절망이 녹아 강물이 된 언덕에 앉아 생의 무상함을 노래 하네. 작가는 이렇게 전했다.
“마음의 욕심, 미움의 정을 하나씩 비워나가다 보면 나는 하나의 통(桶)으로 변하며 떨림과 움직임 속에 평화로 연결되어 나아간다. 드넓은 우주 속에 나 홀로 있다는 적막함과 외로움이 느껴질 때 모든 것을 품는 영원함을 그리게 된다. 하늘 그리고 자연과 나를 연결하는, 고리!”
## 인사이트 코리아 / Life / 권동철 (미술 컬럼니스트) / 01.02.2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