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2013년]화가 이정연③‥세상과 ‘나’와 쌍방향 소통의 상징 언어
A language which symbolizes the two way communication between the world and me
[▲ Re-Genesis]
그의 작업은 구체적인 형태묘사를 중시하지 않는다. 물론 깔때기라든가 커피포트, 대나무 토막, 대금, 의자 그리고 나무나 산과 유사한 형상이 존재한다. 또한 연꽃이나 연잎, 물고기, 해와 달 그리고 별을 연상시키는 둥근 원형의 이미지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 형상은 온전한 것이 없다. 어딘가 일그러지거나 모자라고 어눌해 보이는 상태로 표현되어 있다. 묘사적인 완성도에서 비롯되는 세련미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The work of Rhee Jeong-yoen does not put weight on the description of a detail form. There are forms such as a funnel, a coffee pot, a piece of bamboo, a ‘daegeum’ (Korean traditional woodwind instrument), a chair or forms look like a tree or mountain. There are images in round form which remind us of a lotus flower, lotus leaf, fish, sun, moon and star. But none of those forms is complete. They are expressed in distorted, incomplete and inarticulate state. They do not have the refined image coming from descriptive completion.
더구나 이들 이미지의 구성 및 배치에서 어떤 규칙성이 보이지 않는다. 자유롭다기보다는 무심하다고 할 만큼 아무렇게나 자리하고 있는 듯싶다. 의도적이고 계산된 구성방식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미지의 모양이나 크기 그리고 배열방식에서 도무지 조형적인 공식을 찾아낼 수 없다. 한마디로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그것처럼 신선하다. 이는 직관에 의탁하는 표현방식의 결과인지 모른다. 참선과 요가 그리고 명상 등의 수행을 다년간 체험함으로써 사물에 대한 직관력을 키우는 계기가 되었던 것은 아닐까.
Furthermore, they do not have any regularity in their constitution and arrangement. Their location is more in random than free. It is quite different from intentional and calculated formative constitution. There is no formative formula in the form, size and arrangement of the images. In short, her work is as fresh as an untamed wild thing. Perhaps it is the result of expression method relying on intuition. I think Rhee Jeong-yoen increased her power of intuition on objects by doing zen, meditation and yoga for years.
우리가 그의 작업에서 볼 수 있는 형상은 심상의 현현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심상이 정형화된 이미지로 그 자신의 내부에 저장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재료가 가지고 있는 물리적인 특성 및 표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표현방법은 작업하는 순간에 일어나는 의식의 흐름이나 감정에 의해 유도된 형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추구하는 형상은 자연미와는 다르다. 교육에 의해 길들여진 미적 감각이 아니라, 자연을 빙자한 순수한 의식 및 감수성의 소산일 따름이다.
It is possible that the form we see in the work of Rhee Jeong-yoen is the representation of her mental image. But still that mental image is not stored in her as a standardized form. Her expression method of maximizing the physical property and expressive power of material is induced by the emotion or the flow of consciousness during her work. The form she pursues is different from natural beauty. It is not an aesthetic sense tamed by education but is the product of pure consciousness and sensitivity under the disguise of nature.
그가 확고히 믿는 바, 세상의 온갖 물상은 오로지 조물주에 의해 원하는 바대로 얻어진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는 그 자신의 종교적인 신념일 수도 있지만, 자연물상의 오묘한 형태를 보면 도무지 필설로 형언할 수 없는 신비의 세계일 따름이다. 자연계를 형성하는 형상은 모두 필요성에 의해 만들어진 완벽한 창조물일 뿐이다. 즉 오로지 전지전능한 조물주의 산물일 따름이라는 시각이다.
Rhee Jeong-yoen firmly believes that all objects in the world are created exactly as the Creator wanted. It may be a religious belief of her but truly the exquisite forms of natural objects are indescribably mysterious. All objects forming the system of nature are perfect creations made by necessity, which means that they are the products of the all mighty Creator.
이러한 자연관 및 종교관은 그 자신의 작업이 갈 방향을 명확히 제시해주었다. 일단 재료에서 자연물을 이용함으로써 조물주의 창조성에 응답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자신은 참선 및 명상 그리고 요가를 통해 얻어진 직관력을 작업에 응용한다. 그리하여 감정 및 의식의 흐름이 순연한 조형적인 사고를 유도한다. 어쩌면 그의 작품에 나타난 형상에서 느껴지는 순수성과 힘은 여기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The views on nature and religion held by Rhee Jeong-yoen clearly suggested the direction of her work. First, she answered to the creativity of the Creator by using natural materials. Then she applies her intuition obtained by zazen, meditation and yoga on her work. Next she induces a formative thinking which follows the flow of emotion and consciousness. I think the purity and power felt in the forms of her work comes from here.
이정연 작가의 작업은 일테면 정신의 물질화라고 할 수 있다. 천연재료가 가지고 있는 물질의 속성은신성이다. 조물주의 창조물은 물질적인 가치라는 측면에서도 완벽하다. 저마다 고유의 가치와 속성을 가지고 있기에 그렇다. 세상의 물상 그 어느 것에도 불량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따라서 그가 사용하는 재료 하나하나는 스스로를 온전히 드러낸다. 다시 말해 천연물질로서의 속성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그 자신이 원하는 조형적인 이미지를 더욱 선명히 부각시키는데 순응한다.
Her work can be said the materialization of spirit. The property of natural material is divinity. All creations of the Creator are perfect in the aspect of material value because they have unique value and property. It is proven by the fact that nothing in the world is faulty. Therefore, each material used by Rhee Jeong-yoen exposes self in complete form. In other words, they work in having the formative image become more clearly highlighted while exposing their property as a natural material.
가령 나전, 즉 자개에서 자체적으로 발광하는 그 신묘한 색깔과 빛은 그의 조형세계를 신비의 세계로 만들어놓는다. 정신의 물질화에 따른 최적의 재료임을 상기시키려는 것은 아닐까. 정신의 빛이란 내면에 응집된 인생관이나 자연관, 세계관, 그리고 조형적인 이념 및 철학까지 아우르는 총명한 미의식의 현현을 의미한다. 이렇듯이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형상은 모두 그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일종의 속말이자 정신의 물질화라고 할 수 있다.
For instance, the mysterious color and light eradicated from nacre makes her formative world into a world of mystery. I think they are trying to remind us of the fact that they are the best materials in the materialization of spirit. The light of spirit means the representation of clever aesthetic sense, which covers the view on life, view on nature, view on world, formative idea and philosophy agglomerated in her. Likewise, the forms in the work of Rhee Jeong-yoen are a kind of talk from inside and the materialization of spirit which exposes the inside of her.
그는 작업을 하면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 진정한 자아가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소리에 귀를 연다. 그리하여 순수한 표현적인 형상이 샘물처럼 흘러나오기를 기대한다. 이정연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속이 빈 대나무 토막이나 목관악기 또는 깔때기와 유사한 형상들은 내면의 소리를 전달하는 매개물이다. 그가 세상에 들려주고픈 내면의 말을 전하는 도구인 셈이다. 이는 또한 세상에 대한 그 자신의 관심을 표명, 즉 빈 대나무 토막과 같은 형상은 외부의 소리를 듣는 도구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그가 제시하는 형상들은 세상과 나의 쌍방향 소통을 상징하는 언어인 셈이다.
RHEE JEONG YOEN listens to the voice from her inside while working. She opens her ears to the voice of her true ego. She expects the flow of pure expressive forms flow out like in a pond by doing such. The forms similar to a piece of empty bamboo, a wooden wind instrument and a funnel in her work are the media which transmit her inside talk. They are the tools that tell her inside talk, which she wants the world to hear. The form that looks like a piece of empty bamboo is also a tool, by which she expresses her interest in the outer world and she listens to the sound of it. Therefore, the form given by Rhee Jeong-yoen is a language which symbolizes the two way communication between the world and me.
△글=신항섭/미술평론가(Shin Hang-Seop/Art Critic)
## 이코노믹 리뷰 / Life&People / 문화 / 권동철 (미술 컬럼니스트) / 04.17.2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