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2013년]화가 이정연②‥옻칠, 시간 지날수록 짙어지는 색깔의 심오한 느낌
Crude and pure impression and it has the smell and power of soil
[▲ Re-Genesis] 이렇듯이 표현의 순수성을 중시하는 그의 작업에 쓰이는 모든 재료는 자연물질이다. 다시 말해 형질을 변경하는 가공품이 아니라 자연성을 상실하지 않은 천연 그대로의 물성을 가지고 있는 것들이다. 이는 ‘신창세기’라는 명제에 부합하는 재질이다. 다시 말해 자연물질을 이용한다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세상이 만들어질 때 생겨난 천연적인 질료라는 개념을 수반한다.
All materials used by Rhee Jeong-yoen are natural materials as she focuses on the purity of expression. In other words, the materials are not processed products changed of its properties but they keep original natural properties. They are the materials, which meet the thesis of ‘new genesis’. It means using natural material which was created when the world was created.
실제로 작업에 쓰이는 여러 가지 재료는 자연에서 채취하는 천연 물질인데, 그 가운데 채색재료는 옻칠이다. 옻나무에서 채취한 수액을 물감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또한 화판으로 쓰이는 소지는 삼베이다. 삼베는 전통적으로 베틀, 즉 직기를 이용하여 짜낸 피륙의 일종인데 질감이 거칠고 투박하다. 삼베는 마직으로서 한국에서는 전통적인 옷감이나 생활용구로 쓰이기도 한다. 현대회화에서 마대를 캔버스로 대체하는 작가들이 있듯이 삼베라는 거친 직물이 캔버스를 대신한다.
One of the natural materials she uses is lacquer, which is taken from lacquer tree. She also uses hemp cloth as the canvas. Hemp cloth is a kind of textile woven by a loom or a weaving machine, which has crude and rough texture. This bast-fiber fabric is used in Korea to make traditional clothes or used as a living tool. Like some modern fine artists use a gunny sack as a canvas, RHEE JEONG YOEN uses the crude fabric of hemp cloth as a canvas.
마직은 날줄과 씨줄의 형태가 온전히 드러날 정도로 그 간격이 성글어 곱고 매끄러운 표현에는 적합하지 않다. 반면에 그의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마직 특유의 질감 및 이미지를 표현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일 경우 매우 효과적이다.
Bast-fiber fabric is not proper for neat and smooth expression because it has sparse gaps in fabric which are loose enough to show the forms of warps and wefts. On the other hand, it is very effective when the unique texture and image of bast-fiber fabric are used in expressive image like in the work of Rhee Jeong-yoen.
그가 삼베로 캔버스를 대용하는 것은 피륙이 가지고 있는 거친 올이 표현적인 이미지로서의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화판 위에 바른 삼베를 그대로 둔 채, 그 위에 옻칠을 할 뿐 다른 채색재료를 덧입히지 않은 상태로 놔둔다. 작업이 완료되었을 때 삼베는 다른 재료들과 마찬가지로 표현적인 이미지로 훌륭히 기능하는 것이다. 물론 옻칠의 건칠기법을 이용하므로 아무것도 칠해지지 않은 순수한 피륙의 상태는 아니다.
Rhee Jeong-yoen uses hemp cloth as a canvas because the crude ply of the textile does the role of expressive image. She just applies lacquer on the hemp cloth pasted on the base plate without adding any other coloring material. When the work is completed, the hemp cloth works as an excellent expressive image like other materials. Of course, the textile is not in its pure state because she uses ‘geon-chil’ method during lacquer varnishing, which is piling up hemp cloth repeatedly.
그가 작업을 위해 사용하는 재료는 옻칠을 포함하여 나전(자개), 흙, 숯가루, 금, 계란과 오리알 껍질 등이다. 이러한 재료들은 작품의 보존이라는 문제를 고민하다가 선택한 천연물질이다. 다시 말해 공업적인 채색 물감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장기간 보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신뢰성 문제 때문이다. 이에 비해 옻칠은 지하에서 발굴한 칠기유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수천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반영구적인 재료이다. 더구나 옻칠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색깔이 짙어지면서 심오한 느낌을 주게 된다. 일반적인 공업생산품과는 다른 깊고 그윽한 색태가 형성되는 것이다.
Rhee Jeong-yoen uses materials such as lacquer, nacre, soil, charcoal powder, gold and skin of egg or duck egg. She arrived at these natural materials after contemplating on the issue of work preservation. For her, it was the matter of trust to preserve her works for a long time without using industrial coloring. Lacquer is semi-permanent material, which does not change after thousands of year like we can see in the lacquer ware relics excavated from underground. Furthermore, lacquer gives more profound feeling as time goes by and its color property becomes darker and mellower.
이러한 물성을 가진 옻칠을 기본적인 재료로 사용하는 그의 작업은 공업생산품인 일반적인 물감을 사용하는 작업과는 확연히 다르다. 전통적인 채색화나 유채화와는 완연히 다른 시각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재료적인 특성에 따른 새로운 조형적인 연출의 결과이다. 전통적인 나전칠기에서 사용하는 자개와 흙, 숯가루 그리고 금과 같은 재료를 사용하는 이정연 작가의 작업은 투박하고 순수하다는 인상이다. 흙냄새와 힘이 느껴지는 것이다.
The work of Rhee Jeong-yoen using lacquer is clearly different from the work using industrial colors by showing completely different visual image from traditional colored painting or oil painting. This is the result of new formative production enabled by the characteristic of material. As she uses lacquer, nacre, soil, charcoal powder and gold, her work gives crude and pure impression and it has the smell and power of soil.
이들 재료는 저마다 고유의 색깔이 있다. 비록 원색적인 화려함은 없을지언정 물감을 대체할 수 있는 좋은 표현재료이다. 무엇보다도 기후 및 습기 등 외부적인 환경조건에 따른 변화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보존성이 뛰어나다. 뿐만 아니라 표현적인 순수성이라는 그 자신의 조형적인 이념에 적합하다. 즉, ‘신창세기’라는 명제를 충족시킬 수 있는 원초적인 순수성을 살릴 수 있는 재료이기도 하다.
Each of these natural materials has unique color. Though the colors do not have the luxury of prime colors, the colors of natural materials are good enough to replace industrial colors. Especially, they have good preservation property because they do not change much by external environmental conditions such as humidity and temperature. Furthermore, they meet the requirement of expressive purity, which is the formative idea of Rhee Jeong-yoen. In other words, they are the materials, which can keep the original purity to meet the thesis of ‘new genesis’.
△글=신항섭/미술평론가(Shin Hang-Seop/Art Critic)
## 이코노믹 리뷰 / Life&People / 문화 / 권동철 (미술 컬럼니스트) / 04.17.2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