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1999년〕화가 이정연⑤‥경험과 사유바탕 ‘자신의 것’ 해야
Rhee Jeong Yoen‥우리의 피가 흐르는 작품일 때 세계무대 경쟁될 수 있다
[▲ ENCOUNTER, 76×57㎝ Korean Lacquer Painting with Nature Materials on Hemp Cloth, 1998(each)]
△작가와의 대담=오세권 미술평론가
오: 오랫동안 선생님의 작품세계에 대하여 여쭈어 보았습니다. 여기서 직접적인 체험을 소중하게 느끼시고 또 그 직접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작품에 임하고 있는 점 젊은 작가들의 본보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특히 본인만의 개성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하여 다양한 재료 실험을 통한 재료의 개발, 폭 넓은 작가로서의 변화와 경험은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면 대담 방향을 국내 미술문화의 상황으로 돌려 보았으면 합니다.
국내에서는 90년대부터 포스트모던, 설치, 사진, 영상으로 미술의 분야들이 옮겨가고 있습니다. 이는 선진 미술문화의 쉴 사이 없는 변화에 종속적 관계에 있는 우리 미술문화의 유행적 양상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변화를 젊은 학생들에게 어떻게 적용시켜 교육을 하여야 하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이: 저는 5년간(94-98) 서울대 동양화과에서 신조형이란 과목을 가르쳐 왔습니다. 젊은 학생들은 한창 에너지가 넘치는 때라 호기심도 많았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꼭 평면 작업만을 고집하지 않습니다. 도 현재 국내에서 유행처럼 일어났다 사라져가는 설치, 사진, 영상 등에 학생들이 실험해 보고 싶어 달려드는 것도 어느 의미에서는 좋은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 57×77㎝]
그리고 자유롭게 많은 재료를 다루어 보라고 권유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자기의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유행의 일부분을 잡고 쫒아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누에가 실을 뽑아내듯이 자신의 경험과 사유를 통해서 ‘자신의 것’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 35×35㎝]
그리하여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 자신들은 내가 이 시대를 쫒아가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내가 주인공이 되어 살아야하고, 내가 한국 땅에서 태어나 살고 있기에 우리의 피가 흐르는 자기 작품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게 될 때 세계무대에 뛰어들어 경쟁할 수 있다고 봅니다.
[▲ 35×35㎝]
오: 그러면 근간 젊은 작가들의 작품에는 작품의 깊은 표현보다 말초적인 감각이나 시각적 효과만을 추구한다는 말이 많은데 이정연(Rhee Jeong Yoen)작가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 주변의 상당수 작품들에서 말초적이며 감각적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정서에는 민망스럽기까지 느껴질 정도로 시선을 자극시키는 쪽으로 효과를 노리는 작품들이지요. 이러한 작품들은 대체로 어떠한 생각을 공유하기에는 한정적인 문제를 크게 부각시켜 놓고 지나치게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 ENCOUNTER, 57×77㎝ Korean Lacquer Painting with Nature Materials on Hemp Cloth, 1998]
자유로운 서구사회에서도 일부의 작가들만 하는 작업이 왜 우리에게는 큰 비중으로 보여야 하 는지 모르겠습니다. 미술잡지에서도 많은 페이지가 할애되어 중요한 문제인양 부각시킵니다. 마치 요즘 젊은 가수들이 잠시 나왔다가 사라지는 몸짓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이 자본주의의 산물인데 이러한 현상을 두고 옳다, 옳지 않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단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사회의 흐름 속에서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해야 하겠고, 시간을 두고 작품의 방향을 주시해 보고 싶습니다.
## 이코노믹 리뷰 / Life&People / 문화 / 권동철 (미술 컬럼니스트) / 03.04.2017 ##